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는 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 돌입 전부터 대형 악재와 마주했다. 김종국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자리를 비우게 됐다.
KIA 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25일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는 게 KIA 구단의 설명.
당분간 김 감독과 관련한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게 구단의 입장이다. KIA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금품 수수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으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원클럽맨’과 함께한 지난 두 시즌
2021시즌 창단 첫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던 KIA는 그해 11월 상호 협의를 통해 맷 윌리엄스 감독에 대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이화원 대표와 조계현 단장이 시즌 종료와 함께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단에 동반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
KIA는 그해 12월 5일 제 10대 감독으로 김종국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세부 계약 내용은 기간 3년, 총액 10억 5000만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 5000만원)이었다. 당시 KIA는 김종국 감독이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KIA 타이거즈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당시 김종국 감독은 “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며 “구단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과 선수단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있는 플레이를 주문해 팬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KIA 타이거즈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KIA는 김종국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22년 70승1무73패(0.490)로 5할 이하의 승률을 마크하고도 5위를 차지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6으로 패배하면서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고, 2023년을 기약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부터 연이은 부상자 속출로 완전체를 꾸리기 어려웠고, 외국인 투수들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더 커졌다. 9월 초 9연승을 달리면서 저력을 발휘했지만, 최종 성적 73승2무69패(0.514)로 6위에 머무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IA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체력과 기술 및 뎁스 강화를 통한 팀 전력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지난해 11월 1일부터 4주 동안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했다. 젊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주전급 선수들도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몇몇 선수들과 코치들은 휴식을 반납했다.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곽도규 등 총 5명의 투수와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는 지난달 18일 출국했다. 코치들의 경우 바이오메카닉 연수에 힘을 쏟았고, 선수들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에서 약 4주간 맞춤형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투수 5명 모두 KIA 마운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나 향후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KIA 구단은 드라이브라인에 파견된 선수들이 맞춤형 트레이닝을 통해 구속을 끌어올리고 구위를 향상시키길 바라고 있다. 심재학 KIA 단장은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이번 파견을 결정했다. 이번 파견을 계기로 향후 더 많은 선수들에게 선진 야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 팀 전력 향상을 도모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장은 부족한 부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프런트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KIA는 올겨울 전력 누수 최소화에 집중했다. 우선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의 재계약에 나섰다. 지난달 18일 총액 12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연봉 50만 달러·옵션 4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소크라테스는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2022년 127경기 514타수 160안타 타율 0.311 17홈런 7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8의 성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2023시즌에는 142경기에 출전해 547타수 156안타 타율 0.285 20홈런 96타점 91득점 OPS 0.807을 기록했다. 안타, 홈런, 득점, 타점 등 총 네 개 부문에서 팀 내 최다를 기록하며 중심타자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중견수(827⅓이닝), 우익수(261이닝), 좌익수(118⅔이닝)까지 외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면서 수비에서도 팀에 기여한 바가 컸다.
급한 과제를 해결한 KIA의 시선은 FA 내야수 김선빈을 향했다. 해를 넘길 때까지 좀처럼 선수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양 측의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졌지만, 마침내 김선빈과 KIA는 지난 4일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18억원·인센티브 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좀 더 속도를 낸 KIA는 5일 외야수 최형우와 1+1년 총액 22억원(연봉 20억원·옵션 2억원)에 ‘KBO리그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최형우는 KIA의 2024시즌 구상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선수다.
2016시즌 이후 4년 총액 100억원(계약금 40억원·연봉 1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이적한 최형우는 2017년 142경기 514타수 176안타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26을 기록, 팀의 ‘V11’에 크게 기여했다. 2018년에도 143경기 528타수 179안타 타율 0.339 25홈런 103타점 OPS 0.963으로 상승곡선을 그려나갔고, 2019년과 2020년에도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로 팀의 핵심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형우는 2021년 104경기 373타수 87안타 타율 0.233 12홈런 55타점 OPS 0.729로 아쉬움을 삼킨 데 이어 이듬해 132경기 454타수 120안타 타율 0.264 14홈런 71타점 OPS 0.78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21경기 431타수 130안타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 OPS 0.887로 반등에 성공했다. 6월 20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KBO리그 최초로 1500타점 고지를 밟으면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1498타점)을 제치고 KBO리그 통산 타점 1위에 올라섰다.
KIA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KIA는 1명 재계약-1명 신규 영입과 2명 신규 영입이라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던 중 토마스 파노니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면서 KIA는 두 명 모두 새로운 얼굴을 찾게 됐다. 하지만 해를 넘긴 뒤에도 좀처럼 영입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KIA가 외국인 투수 영입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건 최근 세 시즌 동안 그 어떤 외국인 투수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3년간 150이닝을 돌파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선발, 또 불펜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했다. 당연히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다.
신중하게 외국인 선수를 알아본 KIA는 지난 7일 ‘빅리그 통산 94경기’ 윌 크로우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연봉 60만 달러·옵션 2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선발과 불펜으로 풀타임 시즌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KIA는 꼼꼼하게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심재학 단장은 “흔히 데이터 쪽으로 얘기하는 수직 무브먼트 같은 경우에도 메이저리그 때보다 조금 떨어지긴 해도 여전히 괜찮다. 볼의 무브먼트도 좋기 때문에 건강만 보장이 된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투수다. 그렇기에 메디컬 테스트를 좀 더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KIA는 지난 15일 내야수 서건창을 총액 1억 2000만원(연봉 5000만원·옵션 7000만원)에 영입하면서 내야진을 강화했다. 서건창이 최근 수년간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베테랑의 가치가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KIA의 생각이었다. 부진에 허덕이던 서건창으로서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결정이다.
2008년 육성선수 신분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서건창은 방출 및 군복무 이후 입단 테스트를 거쳐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와 손을 잡았다. 계약 이후 첫 시즌이었던 2012년부터 활약했고, 내야진의 한 축을 맡게 됐다.
특히 서건창은 2014년 128경기 543타수 201안타 타율 0.370 7홈런 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5를 기록,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았다. 뛰어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건창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 2020년이었다. 성적에서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듬해 7월 27일에는 키움이 LG와 1:1 트레이드를 단행, 서건창과 ‘광주일고 동기’ 투수 정찬헌이 팀을 맞바꿨다. 키움은 당장 선발진을 보강해야 했고, LG는 2루 자원을 원했다. 그러면서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적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서건창은 반등에 실패했고, 데뷔 첫 FA(자유계약) 자격 취득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77경기 219타수 49안타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OPS 0.605, 44경기 110타수 22안타 타율 0.200 12타점 OPS 0.542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결국 서건창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LG에 방출을 요청했다.
KIA의 마지막 퍼즐조각은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었다. 크로우 영입 이후 열흘 넘게 후보군을 살핀 KIA는 19일 네일과 계약금 20만 달러·연봉 35만 달러·옵션 1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적료 25만 달러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95만 달러다.
미국 미주리주 케이프지라도 출신인 제임스 네일은 우완 투수로 신장 193cm, 체중 83kg의 체격을 지니고 있다. 2015년 20라운드 전체 608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마이너리그(이하 트리플A)에서 6시즌 동안 활동했다.
네일은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다. 8시즌 통산 성적은 245경기(선발 96경기) 742⅓이닝 49승 37패 평균자책점 4.01로, 트리플A(6시즌)만 놓고 보면 155경기(선발 35경기) 357⅔이닝 27승 17패 평균자책점 4.15다. 지난해 트리플A 성적은 31경기(선발 3경기) 59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3.66.
▲캠프 출국 준비 모두 마친 KIA, 감독 부재는 예상하지 못했다
KIA는 스프링캠프 준비에 힘을 쏟았다. 지난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대회의실에서 2024시즌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최준영 대표이사를 포함해 심재학 단장, 김종국 감독, 1군·퓨처스·잔류군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코치, 프런트(팀장) 등 총 28명이 참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KIA는 이날 세미나를 통해 지난 시즌 리뷰 및 올 시즌 운영 준비 및 목표 설정의 시간을 가졌으며,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종국 감독은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올 시즌은 우승을 목표로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 큰 응원을 보내주시는 타이거즈 팬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후 26일 연봉 재계약 대상자가 모두 도장을 찍었고, 이튿날에는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이 발표됐다. 사실상 선수단이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할 일만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호주 출국을 사흘 남겨두고 있던 28일,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야구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KIA는 제보를 통해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27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고,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게 됐다.
누구보다도 당황스러운 건 KIA 구단이다. 심재학 단장은 “27일 김종국 감독을 만난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걸 들었고, 구단은 그때 (수사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결과가 나오고 이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일단 감독이 정상적으로 캠프에 참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급하게 회의를 한 뒤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또 심 단장은 “제보를 통해서 듣게 됐고, 금품 관련 수사인 것 같다. 주말이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29일부터 빠르게 움직여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머리가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IA는 지난해 3월 말에도 ‘사법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었다.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임을 결의했는데, 2022년 박동원(LG 트윈스)과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받은 뒤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KIA 구단은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1월 장정석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KIA는 2년 연속으로 야구 외적인 일로 어려움을 떠안은 채 새 시즌을 맞이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됐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구단 내부에서도 캠프가 시작되기도 전에 당혹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KIA는 사령탑 없이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1군 선수단은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Narrabundah Ballpark)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다. 심재학 단장은 “시즌 전까지는 뭔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일단 캠버라 캠프는 수석코치 체제로 간다. 당분간 수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귀띔했다.